성수동 골목
2024-02-16
성수동 골목
성수동 골목. 비가오면 을지로처럼 차가운 기계음을 적시는 그 거리는 이제 내 가슴을 아리게하진 않지만 여전히 향이 짙은 곳이다. 차가운 도시 사이로 푸르게 피어있는 가로수 틈새에 불어오는 바람. 얼굴을 스치던 풀내음들은 여전히 인상에 적셔져있다. 화창했던 날씨가 무색하게 어둑해진 성수동의 저녁은 더 빛을 냈다. 평소보다 따듯해 보이는 조명 뒤로 북적이는 소리가 이따금 들려오면 잠시 앉아서 눈을 감고 싶었다. 그 찰나의 시간에 나는 공간속으로 스며들었다.
눈매로 떨어진 물방울은 눈물이 아님을 알았다. 금세 쏟아진 소나기는 내 심장을 더 뛰게 할 뿐이었다. 우산으로 감춰진 내 공간에 설렘은 같이 있었다.
빗속에서도 따듯하던날. 아마도 이날이겠지. 내가 망치를 손에 쥔 날이. 이미 그날부터 무언가 부실 준비를 하고 있음을 알았을지도 모른다.
그날이 복선이었던듯 화창한 날은 소나기가 되어 거리를 쓸고 다녔다. 한 발을 내딛을 때 마다 추적이는 소리는 북적임을 더 북적이게 했다. 좁은 길은 울리고 울려 건물 전체가 알아차릴 수 밖에 없었다.
성수동 그날은 이미 나였다. 나는 수 개월간 그날의 성수 거리를 따라 걸었던 것이다. 망치로 벽을 허물며 도로를 새로 지었다. 가로수는 더 잘 보였고 푸른 잎은 더 빛이났다. 볼 만하게 고쳐진 거리가 다시 내게 말을 걸어오는 걸까. 그곳은 여전히 나처럼 있다. 아니 내가 여전히 그곳처럼 있다.
언젠가 성수동과 다시 걸을 날이 온다면 위스키 한잔과 시나몬 스틱, 그리고 빈티지한 재즈를 함께하고 싶다. 아마 그곳도 썩 마음에 들어 할 테니까.